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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29

구약의 묵시문학이란 무엇인가? 스티븐 L.쿡의 『묵시문학』을 읽고 정리한 글입니다. 묵시 세계. 성서의 많은 부분을 여행하면서 독자들은 다양한 세계를 만난다. 다양한 세계들 중에서도 독보적으로 우리의 눈을 사로잡는 세계가 있으니 바로 묵시 세계이다. 계시록, 혹은 다니엘. 광활하고, 모험적이며, 우주의 운명까지도 포괄한다. 다양한 성서의 세계는 묵시의 세계에 비하자면 난쟁이에 지나지 않는다. 묵시세계, 그곳은 중립이 없는 곳이다. 하나님의 동맹군과 하나님의 적군은 너무도 간명하게 구분된다. 선과 악의 선명한 전선, 그리고 독자는 양자택일을 강요당한다. 묵시 세계에 있어서 핵심 주제는 하나님의 관심과 목적, 그리고 현재의 경험에 가져올 충격으로 인한 근심이다. 존 콜린스의 경우에는 사해 두루마리의 묵시 속에서 ‘이 시의 저자가 이동하는.. 2020. 2. 20.
크로산의 성경읽기 : 문명의 정상성과 하나님의 급진성 사이에서 *본 책은 신대원 수업 과제로 제출한 내용입니다. 0. 들어가는 말. 성경을 읽으면서 서로 다른 온도차를 발견한다. 성경 속에는 분명 발칙한 주장이 있다. 또 한걸음 더 나아가면 온건한 주장이 있다. 이를테면 노예제도를 예시로 들어보자. 노예제도에서의 해방시키는 것이 그리스도인의 삶의 방식이라는 '발칙한 주장'이 성경에 있다. 하지만 조금 더 읽어보면 노예의 마땅한 윤리를 언급하고 있는 (그래서 노예제도가 일상적인 삶의 방식이라고 은연히 옹호하는) '온건한 주장'이 성경에 있다. 우리는 이 온건함과, 발칙함을 동시에 읽는다. 더군다나 성경이라는 한 권의 책 안에서 함께 읽는다. 크로산은 이와 같은 온건함과 발칙함의 공존 속에서, '어떻게 읽어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일반적인 독자라면 서로 다른 .. 2020. 2. 15.
톰 라이트 #2 : 톰 라이트는 어떻게 성경을 해석하는가? *본 글은 2016년 5월 박영돈 교수의 출간 당시에 작성된 글입니다. 들어가는 말 : 가블러를 기억하며. ‘성경신학’이란 단어를 다룰 때마다 필수적으로 등장하는, 그리고 기억해야 할 인물이 있다. 바로 요한 필립 가블러다. 일반적으로 성경읽기는 기존의 탄탄한 기독교 정통 교의를 지지해주는 방식이었다. 전문적 용어를 쓰자면 성경의 메시지를 밖으로 끄집어내는 방식의 exegesis가 아닌 정통 교의를 성경의 메시지 안으로 밀어 넣어서 읽는 방식의 eisegesis였다. 따라서 (전통적으로는) 성경 텍스트의 본래적 의미가 크게 중요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런 시대 속에서 요한 필립 가블러란 학자는 아주 충격적일 수 있는 선언을 한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성경은 영원히 변치않는 독자적인 영역이지만, 교의는 시대.. 2020. 2. 15.
톰 라이트 #1 : 톰 라이트는 어떻게 바울을 해석하는가? *본 글은 2016년 5월 박영돈 교수의 출간 당시에 작성된 글입니다. 톰 라이트가 그리는 바울을 추적해보자. 라이트 열풍인지 박영돈 열풍인지 모르겠다. 많은 이들이 박영돈 교수의 『톰 라이트 칭의론 다시 읽기』를 구입하고, 또 읽으며, 그에 대한 평을 남기고 있다. 이에 대한 다양한 글들을 접한 결과로는 ‘아직 톰 라이트가 충분히 읽히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에 대해서 섣불리 비판을 하기는 꽤 쉬운 일이다. 좌파에 대해서는 우파의 논리를 끌어오고, 우파에 대해서는 좌파의 논리를 끌어오면 된다. 좌파와 우파를 함께 비판하고 싶다면 양비론을 끌어오면 된다. 하지만 적실한 비판을 위해서 먼저 전제되어야 할 것은 ‘독해’이다. 그 비판이 날카롭느냐를 따지기 이전에 그 비판 이전의 독해가 얼마나 충실.. 2020. 2.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