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케빈 밴후저의 교회를 향한 달콤한 꿈.

2020년 3월 10일, 이 시점에서 코로나 19 사태로 말미암아 많은 교회들은 2주 내지 3주의 기간 동안 대체적으로 온라인 예배로 전환했습니다. 오전 11시가량 유튜브에 들어가면 전국 각 교회에서 터져 나오는 실시간 예배실황의 모습이 흥미롭습니다. ‘예배당’이라는 공식적인 교회 장소에서 모이지 않는 지금, 또한 실시간 영상 혹은 녹화된 영상을 통해 예배 장면을 보는 것만으로 ‘예배’라 말하고 있는 지금, 우리는 진지하게 질문을 던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예배는 무엇일까요? 또한 교회는 무엇일까요? 한 걸음 더 나아가 예배와 교회는 각 그리스도인을 어디로 이끌어야 바른 예배이며, 바른 교회라 평가할 수 있을까요? 우리가 마주선 현실 앞에서 교회, 예배, 성경, 교리, 제자에 대한 우리의 생각을 다잡는데 유익한 한 권의 책을 소개해보려고 합니다. 케빈 밴후저의 <들음과 행함>입니다.

 

<들음과 행함>은 앞에서 말한 바와 같이 교회, 예배, 성경, 교리, 제자 등과 같이 교회가 정립하고 고수해야 할 진정한 가치들이 무너진 오늘날의 교회를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오늘날 무너진 교회의 원인은 무엇일까요? 저자는 ‘사람들이 무엇이 옳거나 그르거나 혹은 맞거나 틀리다고 느끼게 만드는, 많은 경우에 암묵적인 일군의 배경 전제들(42)’인 찰스 테일러의 ‘사회적 상상’이란 개념을 불러옵니다. 제자들은 ‘현실을 묘사하는 예수의 말씀을 따름으로써 궁극적으로는 이 새로운 현실의 구체적 예시이신 부활하신 그리스도를 따름으로써 진리를 행하는(91)’ 사람들입니다. 즉, 예수의 말씀이 창조하는 새로운 사회적 상상 아래에 살아가는 사람들이 바로 제자들입니다. 반면 현실에서 마주하는 그리스도인들은 썩 그렇지 않습니다. 여전히 ‘뉴스나 가정의 위기(93)’ 혹은 ‘나름의 계획이나 유튜브 영상(93)’에 근거하여 세상을 살아갑니다. 저자는 이렇게 제자도가 무너진 교회의 현실 속에서 제언합니다. 세상의 사회적 상상에 사로잡힌 스스로에게서 깨어나, 예수의 말씀이 창조하는 새로운 사회적 상상을 따르는 삶이 필요하다고 말입니다. 저자의 진단을 빌리자면 오늘날 무너진 교회의 배경은 교회가 사로잡혀야 하는 예수님의 ‘사회적 상상’이 실종된 까닭입니다. ‘묵시가 없으면 백성이 방자히 행한다(잠언 29:18)’는 잠언 기자의 걱정이 새삼 떠오릅니다. 그렇다면 저자에게 물어야겠죠? 우리는 어떻게 다시 예수님의 ‘사회적 상상’에 사로잡힐 수 있을까요?

 

저자는 먼저 가장 전통적이고 익숙한 무기인 성경을 들고 옵니다. 다만 저자는 ‘성경의 가르침에 담긴 진리를 주장하는 것, 심지어는 성경적인 은유에 따라 사는 것’(158)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전제를 덧붙입니다. 저자는 ‘신학적인 성경 읽기’를 통해 구약부터 신약까지 자신의 백성을 구원하시고 새롭게 창조하시는 하나님의 이야기에 젖어드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다만 여기서 유념해야 할 것은 ‘신학적인 성경 읽기’는 ‘공교회성’과 분리될 수 없다는 점입니다. 개신교는 ‘오직 성경’이라는 구호와 함께 성경을 최고의 권위로 두기로 했지만 그것이 각자의 자유로운 해석에게 정당성을 부여해주진 않습니다. 도리어 ‘모든 시공간을 아우르는 하나님의 백성 전체의 맥락(248)’에서 성경을 해석해야 한다는 성경해석의 대전제를 유념하게 만듭니다. 따라서 ‘신학적 성경 읽기’는 곧 ‘공교회적 교리에 비추어 성경(248)’을 읽는 행위입니다. 저자의 논지에 따르면 교리는 성경의 알짬과 같으며, 교리는 성경해석의 나침반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교리공부와 성경읽기를 선용할 때 우리는 ‘하나님의 이야기’에 젖어들 수 있습니다.

 

이어서 저자는 교회를 새로운 지평 위에서 규정하고자 합니다. ‘말씀과 행위를 통한 하나님의 역사적 자기 제시(179)’인 ‘하나님 드라마(179)’가 ‘그리스도인의 상상을 지배해야 하는 이야기(179)’, 즉 예수의 말씀에서 터져나오는 새로운 사회적 상상이라 여긴다면, 교회는 하나님 드라마가 ‘재연되는 것을 보는 극장(191)’이라 정의합니다. 관객들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하나님 드라마’를 즐기는 모습을 상상해보십시오. 저자는 교회에서 시행되는 예전의 전부가 ‘성경에 대한 신학적 해석의 실천(196)’이며 ‘삼위일체 하나님이 피조물을 새롭게 하고 그분이 보물처럼 귀하게 여기시는 소유가 될 거룩한 나라를 형성하기 위해 행하셨고, 행하시며, 행하실 일을 재연’하는 하나님 드라마 자체라 규정합니다. 각 교회에서 드려지는 예배의 예전들을 곱씹어보십시오. 하나님께서 각 성도들을 부르시며, 죄를 사하시고, 구원하시며, 치유하시며, 또한 세상으로 파송하시는 ‘하나님 드라마’ 그 자체입니다! 교회는 ‘하나님 드라마’가 상연되는 장소입니다. 뿐만 아니라 ‘하나님 드라마’는 특정 시점에서 교회의 관객들을 불러내어 참여하게 만들며, 상영무대를 교회를 넘어선 온 세상으로 확장하게 만드는 놀라운 참여형 드라마입니다!

 

누군가는 이 시점에서 눈치챘을지 모르겠지만 본 책은 <교리의 드라마>를 통해 보여줬던 케빈 밴후저의 가슴 뛰는 구상을 각 지역교회를 위해 풀어 해석한 ‘교회를 위한 책(10)'^[각주:1]입니다. 얼마 전 제임스 스미스의 문화적 예전 시리즈 3부작이 모두 번역되었습니다. 제임스 스미스는 각 사람이 사랑하는 바가 곧 그를 규정한다는 어거스틴의 주장을 토대로 ‘예전’의 중요성을 다시 생각하게 만들었습니다. 케빈 밴후저는 본 책을 통해 각 교회에서 ‘예전’이 올바르게 구현되는 꿈을 꾸고 있습니다. 각 지역교회의 목회자들과 리더쉽들이 ‘신학적 성경 읽기’에 익숙해서 예수의 말씀에서 터져 나오는 하나님 나라의 새로운 ‘사회적 상상’에 흠뻑 젖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더 나아가 그들의 가르침과 인도 아래에서 각 교회의 성도들이 교회에 소속되어 있고, 예배에도 참여하며, 교회의 봉사와 헌신에도 함께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세상의 ‘사회적 상상’에 사로잡혀 있다는 참혹한 현실에 눈을 뜨게 만들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또한 마치 한 편의 드라마에 푹 빠져 가상의 인물과, 가상의 사건과, 가상의 배경에 한 주 내내 사로잡혀 살며 매주 새로운 드라마를 기다리는 시청자처럼, 각 교회의 그리스도인들이 하나님 드라마에 푹 빠져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매번 예배에서 반복되는 예전이 세상에서는 만끽할 수 없는 ‘사회적 상상’을 구현해줄 수 있다면, 이미 죽어 무덤에 묻혔다고 생각했던 아브라함, 이삭, 야곱, 모세와 여호수아, 다윗과 솔로몬, 에스라와 느헤미야, 모든 선지자들과 사도와 교사들이 하나님 드라마 안에서 살아나 우리에게 말을 걸고, 또한 우리를 드라마로 초청하는 순간들이 매번 감격적이고 기대된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본 책을 통해 저는 케빈 밴후저가 그리는 꿈 속에 흠뻑 젖어있다 빠져나왔습니다. 매주 구현되는 하나님 드라마에 푹 빠져 살며, 푹 빠져 살기에 매번 하나님 드라마에 참여하는 그리스도인을 제자라 부를 수밖에 없는 그의 꿈은 퍽 매력적이었습니다. 물론 목회하는 지역교회의 현실은 케빈 밴후저의 상상만큼 매력적이지 않습니다. 그리스도인과 제자의 흉내를 내곤 있지만 결코 하나님 드라마와 상관없는 다양한 죄인들이 마치 고린도 교회처럼 ‘성도’라 불리는 것이 현실입니다. 또한 목회자마저도 하나님 드라마보다는 세상에서 상연되는 정치 드라마 혹은 성공 드라마에 푹 젖어 설교하고, 예배하며, 교회를 이끌어나가는 것이 현실입니다. 하지만 적어도 이런 현실을 바꾸기 위해서라도 우리에겐 새로운 ‘상상’이 필요합니다. ‘발은 땅을 딛고도 우리 별을 쳐다보며 걸어갑시다’는 노천명 시인의 시 한 구절처럼 우리의 발은 교회의 처참한 현실을 딛지만, 우리의 눈은 케빈 밴후저의 꿈, 하나님 드라마를 쳐다보며 사는 것이 케빈 밴후저의 말을 따르면 제자의 바른 태도입니다. 교회, 성경, 교리, 제자에 대한 우리의 개념이 흐려진 이 시점에 다시 한 번 우리의 상상을 조정해보는 건 어떨까요? 본 책을 통해 교회의 바른 모습을 구현하기엔 충분히 지난한 일일 겁니다. 본 책은 백종원님의 만능솔루션이진 않으니까요. 하지만 적어도 교회의 현실에 파묻힌 우리를 다시 ‘하나님 드라마’에 사로잡히게 만드는 데 있어서는 충분한 책입니다. 다른 사람을 제자로 만들진 못할지언정, 적어도 나 자신은 제자여야 할 테니까요.

 

적어도 오늘만큼은 범람하는 정치뉴스가 아니라, 속보로 떠오르는 코로나 사태에 관련된 소식이 아니라, 유용한 정보와 가짜뉴스가 뒤섞인 유튜브 영상이 아니라, 하나님 드라마에 흠뻑 젖어있는 케빈 밴후저의 꿈에 젖어 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케빈 밴후저의 교회를 향한 달콤한 꿈을 맛보길 원하는 분들께 본 책을 추천합니다.

 

1. 교회를 위한 신학자 케빈 밴후저는 학계를 위한 책을 쓸때마다 교회를 위한 책을 쓰겠다는 그의 결심을 실천해왔습니다. <들음과 행함>은 교회를 세워가는 ‘신학자로서의 목회자’의 소명을 다룬 비공식적인 3부작 중에서 세 번째 책이라고 머리말에서 소개합니다. (참고로 첫 번째 책은 <이해를 이야기하는 믿음>이고, 두 번째 책은 아직 번역되지 않은 <Pictures at a Theological Exhibition>입니다.) 참고로 <목회자란 무엇인가>는 본 시리즈에 포함되지 않습니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