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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서평]이미와 아직 그 사이 어디엔가

by 홍도사 2022. 1. 21.
 

하나님 나라. 한때 가슴 뛰던 주제였다. 신약성경의 핵심은 결국 하나님 나라라면서 모든 설교를 하나님 나라로 귀결시켰던 때도 있었다. 하지만 곧잘 시들해졌다. 성경을 읽고 공부할수록 내가 외치던 나라는 하나님 나라가 아닌 내 나라였다는 사실을 자각했기 때문이다. 언젠가부터 하나님 나라보다는 하나님 통치라는 단어를 쓰곤 했다. 좀 더 역동적이고 좀 더 혁명적이며 좀 더 간헐적인 하나님 나라의 특성을 잘 표현할 수 있는 대체어가 아닐까 생각했다. “회개하라! 하나님 통치가 가까웠느니라!“

조엘 B. 그린은 종말론에 매몰되어 있어 비웃음이 되는 부류들을 언급하며 글을 시작한다. 적어도 그들의 태도만큼은 오늘날 그리스도인들이 잃어버린 태도가 아닐까 의문을 제기하면서. 그리고는 하나님 나라에 대한 보수적/진보적 두 해석을 제시한다. <예언자적 관점><묵시적 관점>인데 <이미>와 <그러나 아직>의 관점이라 보면 되겠다. 성서한국을 비롯한 좌파 느낌의 단체에서 외치는 하나님 나라는 <이미>에 뿌리박는다. 마틴 루터 킹이 외쳤던 예언자적 정의 또한 <이미>에 뿌리박는다. 반면 여전히 악과 부패가 가득한 세상 너머의 영혼구원을 외치는 우파 느낌의 하나님 나라는 <그러나 아직>에 뿌리박는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미>와 <그러나 아직>을 구약성경이 동시에 말하고 있다는 점이다. 하나님 나라는 좌파에서 외치는 <이미>의 개념과 우파에서 외치는 <그러나 아직>의 개념의 총합이라 할 수 있다는 점을 저자는 명시한다. 이어서 저자는 마가복음의 두 가지 비유를 소개한다. 씨를 뿌린 이후 농부가 자고 깨는 가운데 자라난 씨의 비유, 또 하나는 무성한 가지를 곁들인 나무가 되어버린 겨자씨의 비유. 두 가지 비유를 통해 하나님 나라는 <이미>와 <그러나 아직>의 절묘한 어떤 지점 내에서 역동하고 있다는 점을 소개한다. 마지막으로 그는 마크 햇필드라는 오레곤주 출신의 상원의원의 말을 인용하며, 하나님 나라는 추구해야 할 어떤 지향점이 아니라, 우리가 추구하는 모든 것의 기저가 되는 원동력이라는 말로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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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 나라 신학에 대해 정리가 되어 있는 이들은 뻔한 이야기일 수 있겠다. 원래 우리가 알고 있던, 그리고 들어왔던 그 이야기다. 덧붙여 디테일한 성경신학의 맥을 이어주며 하나님 나라를 해설한다는 점에서, 하나님 나라 신학에 뒤따른 든든한 논리를 뒷받침해주는 책으로 볼 수도 있다. 무엇보다도 우파에 근거한 영혼구원의 신학은 성경적이지만 분명 놓치고 있는 점이 있다. 또한 좌파에 근거한 사회변혁의 신학 또한 성경적이지만 분명 놓치고 있는 점이 있다. 서두에 소개했던 종말에 매몰된 광신적 신앙 또한 한편의 성경적인 지점이 있다.

평신도 리더들과 함께 읽으며 대화를 나눈다거나, 목회자들끼리 대화를 나눌만한 좋은 책이다. 120페이지 정도의 문고판이고 집중하면 1시간 내외로 다 읽을 수 있다. 나는 40분 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