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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서평]첫 그리스도교 공동체의 모습은 어땠을까?

by 홍도사 2017. 10. 3.




본 책은 학문적 성과를 바탕으로 쓴 대중서다. (당대 이방종교와 그리스도교의 공통점에 전착한) 부세트의 <주 그리스도>에 맞서는 (차이점에 전착한) <주 예수 그리스도>를 집필한 저자 '래리 허타도'의 작품이다.


학문적 성과를 바탕으로 쓴 대중서다보니 일단 쉽게 읽히고 술술 읽힌다. 또한 곳곳에 흩어뿌려진 정보들이 범상치 않다.


초기 그리스도교의 특징으로 세 가지를 염두에 둔다. 1)위험한 종교, 2)책의 종교, 3)삶의 종교로 정리될 수 있겠다. 


1)위험한 종교의 입장에서 그리스도인들은 로마의 일반적인 다신교를 거부한 집단이다. 더 나아가 (유대교와는 달리) 다신교적 생활습관에 찌들어있던 이방인들에게 기존의 생활습관과의 단절을 야기했던 집단이다. 이를 통해 (본서에는 드러나지 않지만) 궁극적으로 로마제국을 가능케 했던 신화를 공격한 집단이 바로 그리스도교라는 사실을 재치있게 기술한다.


2)책의 종교의 입장에서 그리스도인들은 수많은 저술을 남겼다. (본서에는 드러나지 않지만) 마이너한 입장에서 글을 남기고, 유통한다는 사실을 볼 때 그리스도인들만의 고유한 위치가 오히려 반증되고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들은 무수한 책을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깊이 뿌리내렸고, 넓게 변증했다.


마지막으로 3)삶의 종교의 입장에서 그리스도인들은 철학 학파와 가까웠다. 새로운 삶의 방식을 준수하고, 기존 세계의 몇몇 특별한 도덕체계에 대해서는 근원적인 의문을 제시했다. 더 나아가 그들은 마이너한 그룹으로 존재한 것이 아니라, 독특한 생활방식을 세계 전체로 확장해냈다. (본서에는 나타나지 않지만) 종말론적 세계관과 맞물려 거대한 폭발력을 가졌으리라 상상할 수 있겠다.


본서는 이렇게 초기 그리스도교의 특징을 크게 크게 정리한 책이다. 어찌보면 뻔한 내용을 반복하는 것 같지만, 저자가 제시한 데이터들을 따라가다보면 미리 알지 못했던 초기 그리스도교의 삶의 정황들을 어렴풋이 그려볼 수 있다. 생각보다 마이너했고, 생각보다 래디컬했고, 생각보다 결의에 가득 차 있었던. 


본 책은 깔끔한 논지, 깔끔한 서술로 일관한다. 


하지만 분명 미묘하게 씁쓸하다. 깔끔한 가운데 스쳐지나가는 지저분한 오늘날의 현실 덕택에. 


이런 모습이라면, 이런 특징에 천착한다면, 분명 오늘날도 기독교는 상당한 설득력을 지닐텐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