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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공부/구약

욥기 공부에 도움이 되는 책들을 소개합니다.

by 홍도사 2023. 2. 23.

최근 <CBS홍독서>에서 4주에 걸쳐서 욥기와 관련된 책 4권을 소개했습니다.

여기다 <욥기와 만나다>까지 함께 읽는다면, 제가 보기엔 욥기를 읽으면서 우리가 생각해볼 수 있는 주제 전부를 숙고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사실 언젠가는 이를 차근차근 정리해서 책을 한 번 내보고 싶은 생각도 있습니다. 욥기를 읽고 묵상하는데 큰 도움이 되시길 바랍니다.


첫 번째 시간에는 송민원 목사님의 <지혜서란 무엇인가>를 소개했습니다.

욥기를 읽기 전에 욥기 자체의 장르인 지혜서에 대한 이해, 더 나아가서 지혜서라는 맥락에서 욥기는 어떤 장르인지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기본적으로 본 책은 잠언과 같은 심는데로 거두는 법칙을 말하는 규범적 지혜의 반대편에 있는 반성적 지혜의 책 중 하나로 욥기를 소개합니다. 잠언이 이라는 영역 내에서는 심는데로 거두는 법칙이 작동한다면, 욥기는 천상회의라는 땅의 영역 바깥을 함께 사유함으로, ‘심는데로 거두는 법칙이 작동되지 않는 맥락에서의 지혜를 성찰합니다.

특별히 이 책의 장점은 잠언, 전도서와의 비교문맥 속에서, 욥기가 까닭 없이 하나님을 경외하는인내의 이야기라는 사실을 매우 명료하게 해설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즉 욥기는 한 개인이 겪는 고난의 문제에 대한 이야기가 아닙니다. 오히려 인과응보의 원리가 작동하지 않는 현실에서도 하나님 경외를 하는 욥의 인내로 독자들을 초대하고 있습니다.


 

두 번째 시간에는 김성진 교수님의 <하나님의 위로, 욥기>를 소개했습니다.

욥기에는 두 가지의 이야기가 결합되어 있습니다. 하나는 욥이 까닭 없는 고통을 겪음에도, 까닭 없이 하나님을 경외하고, 궁극적으로는 하나님의 회복을 경험하는 산문 단락입니다. 산문단락은 마치 액자형으로 중앙부에 있는 운문단락을 감싸고 있습니다. 본 책은 특별히 운문단락에 등장하는 세 친구와의 논쟁을 해석하는데 깊은 통찰을 주는 책입니다. 특별히 욥기 1-2장에는 등장하는 사탄이 3장 이후에는 등장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본 책은 욥기 4장에 등장하는 엘리바스의 환상이 바로 사탄에게서 기원했을 것이라 추정합니다. 뿐만 아니라 세 친구의 논증이 결국엔 (사탄이 야기한) 거짓환상에 기반하고 있다는 사실을 설득력 있게 논증합니다.

결국 이런 구도를 통해 살펴본다면 욥은 거짓환상에 기반한 세 친구 및 엘리후의 논증과 치열한 대결을 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흥미롭게도 욥기 단락 초반부부터 하나님이 사탄에게 하신 말씀을 살펴보면, 애초부터 거짓환상이 틀렸음을 알 수 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욥을 기억하시는 분이시며, 온 세상을 통치하시는 분입니다. 이를 통해 욥기를 살펴본다면 욥은 말씀에 대한 의심을 야기하는 사람들의 말들 속에서 결국 하나님의 말씀을 붙잡고 끝까지 씨름한 사람입니다.


세 번째 시간에는 구스타보 구티에레즈의 <욥에 관하여>를 소개했습니다.

앞서 소개한 책은 욥과 세 친구의 논쟁단락에서, 세 친구의 주장을 이해하는 통찰을 주었습니다. 반면 본 책은 세 친구에 맞서는 욥의 주장에 대한 통찰을 얻을 수 있는 책입니다. 거짓환상에 기반한 세 친구와 논쟁하면서 욥의 논지는 절묘하게 바뀌기 시작합니다. 욥은 애초에 자신은 재앙을 받을만큼의 죄를 짓지 않았다고 항변하는데서 그칩니다. 하지만 그는 논쟁을 거듭하면서 자신과 유사한 처지에 있는 까닭 없이 고통을 당하는 가난한 자들의 처지를 발견합니다. 이내 욥은 그들을 대신하여 기도하기 시작합니다. 세 친구와의 논쟁보다는 하나님을 향한 기도를 선택한 것입니다. 이를 통해 욥은 하나님께서 자기 자신의 처지를 관통하는 중보자이시길 소원하는 동시에, 자신 스스로가 까닭 없이 고통을 당하는 자들의 중보자임을 자처합니다.

실제 이 책은 남미에서 까닭 없는 독재와 가난에 시달리던 사람들과 함께 살았던 해방신학자의 실존이 물씬 풍기는 작품입니다. 개인적으로는 고통을 겪는 이들이 고통 속에서 의미를 찾는데 있어서 좋은 통찰을 준다고 생각합니다. 인간은 고통 속에서 곁에 있는 이웃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또한 그들을 위해, 그들과 함께 기도하면서 삶의 지평 또한 넓어질 수 있습니다.


네 번째 시간에는 에릭 오틀런드의 <NSBT 욥기 성경신학>을 소개했습니다.

첫 번째 책은 사실상 욥기를 둘러싼 산문단락에 대한 간명한 해석이었다면, 두 번째 책과 세 번째 책은 중앙에 있는 운문단락에서 특별히 세 친구와 욥의 논쟁을 각자 다른 시각으로 바라본 책이었습니다. 마지막 책은 모든 논쟁이 끝나고 하나님의 말씀이 등장하는 장면에 대한 통찰을 담고 있는 책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욥기를 읽으면서 38장부터 41장까지 등장하는 하나님의 말씀이 도대체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지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따라서 하나님의 말씀이 어떻게 욥에게 회개를 불러일으키는지 혹은 위로를 불러일으키는지 감을 잡을 수 없었습니다. (참고로 426절의 회개라는 단어는 위로로 번역될 수 있습니다. 저 또한 위로로 번역하는 것이 설득력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제가 하나님의 말씀 단락을 읽고 해석하는데 큰 도움을 받은 책은 안근조의 <지혜 말씀으로 읽는 욥기>였습니다. 그런데 최근에 번역출간된 에릭 오틀런드의 <NSBT 욥기 성경신학>은 고유한 통찰을 더욱 설득력 있게 풀어나갑니다. 무엇보다도 저자는 노예로 팔려간 요셉의 경우나 종말론적으로 악이 정복될 것이라는 요한계시록의 주장과는, 욥기가 말하는 메시지의 결이 다르다는 사실을 말하고 있습니다. 즉 고통은 더 나은 대가를 얻기 위한 일부라거나, 혹은 악과 고통과 저주는 끝내 정복될 것이라는 이야기를, 적어도 욥기는 말하고 있지 않습니다. 오히려 고통 가운데 심적으로 눌려었던 욥에게 위로를 건네시는 하나님의 말씀의 맥락과, 악과 혼돈을 야기하는 사탄적 존재조차도 하나님의 통치 아래에 있다는 사실을 욥기가 강조하고 있음을 주장합니다.

욥기의 주제 중 하나는 신정론입니다. 하나님의 통치는 정의로울까요? 욥기는 이에 대해서 두 가지로 말하고 있습니다. 하나님은 온 세상 피조물, 하물며 악과 혼돈을 야기하는 사탄적 존재까지 다스리고 있다는 점과, 온 세상을 통치하시는 하나님께서는 선하시다는 사실. 즉, 하나님이 창조하신 세상을 보고 선하다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이 세상의 통치자 하나님의 선하심을 신뢰하라는 것이 욥기의 메시지라고 볼 수 있겠지요. 물론 인간의 입장에서는 무척 이해가 되지 않겠지만 말입니다.


 

당신만의 욥기를 다시 써 보십시오

[탐독의 시간] 마크 래리모어 <욥기와 만나다>(비아)

www.newsnjoy.or.kr

그리고 영상에서 소개하고 있진 않지만 이에 덧붙이고 싶은 책은 마크 래리모어의 <욥기와 만나다>입니다.

제가 지금껏 소개한 책들은 궁극적으로는 위로로 연결됩니다. 또 한편으로는 심는데로 거두는 법칙이 작동하지 않는 세상에서 여전히 까닭 없이하나님을 경외할 수 있는 이유에 대한 메시지로 점철됩니다. 하지만 디테일하게 살펴보면 각양 전달하는 메시지들이 서로 다릅니다. 첫 번째 책은 하나님의 이해할 수 없는 통치에 방점을 찍는다면, 두 번째 책은 사탄의 환상과 대립되는 하나님의 말씀에 방점을 찍습니다. 세 번째 책은 논쟁을 통해 지평이 넓어지는 욥의 이야기에 방점을 찍는다면, 네 번째 책은 악과 고통을 야기한 사탄적 존재마저도 다스리시는 하나님의 통치에 방점을 찍습니다.

이렇게 유사하지만 서로 다른 주제로 연결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독자의 지평이 서로 다르기 때문입니다. 독자는 서로 다른 지평을 갖고 동일한 텍스트를 전혀 다르게 해석합니다. 하지만 유독 욥기는 의도적으로 독자에게 텍스트를 다르게 읽을 것을 요구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텍스트 자체가 명료하게 꿰어지는 정돈된 내러티브가 아닙니다. 산문단락과 운문단락이 짜깁기 되어 있으며, 다소 독자들의 다른 읽기를 장려하는 듯한 틈새도 곳곳에 보이기 때문입니다. 본 책은 욥기의 해석사에 대해서 다룹니다. 역사 속에서 욥기가 얼마나 다양하게 변주되었는지를 살펴보면서, 욥기는 보편적인 정답이 아닌 각자의 서사가 잔뜩 묻어난 읽기를 시도해야 하는 작품임을 알려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