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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서평]복음 안에 속죄 있다.

by 홍도사 2016. 10. 15.
복음 안에 속죄 있다.

[서평] 마이클 고먼, 『속죄와 새 언약』 (에클레시아북스, 2016 )





지금껏 우리는 흔히들 속죄 그 자체가 복음이라고 생각해왔다. 뿐만 아니라 잘못된 성경 해석과, 신학적 아집에 의해 ‘속죄’는 우리 개개인의 죄성을 탓하는 손가락으로 기능해왔고, 더 나아가 우리를 지속적으로 참회하는 이로 몰고 가는 마조히스트로 기능해왔다. 하지만 정말 ‘속죄’ 자체가 복음일까? 더 나아가 정말 복음은 우리의 죄성을 탓하기만 하며, 우리를 참회의 자리로만 몰고 가는 것일까?

마이클 고먼의 <속죄와 새 언약>은 그동안의 속죄가 갖고 있었던 오해와 편견들을 벗기고 ‘속죄=복음’이라는 기존의 틀이 아니라, ‘복음’이라는 거대한 틀 아래에 자리 잡고 있는 ‘속죄’의 진면목을 밝혀내는 책이다. 이를 위해서 마이클 고먼은 (톰 라이트, 스캇 맥나이트, 리차드 미들턴, 그레고리 비일과 같은 학자들처럼) 구약에서 신약으로 이어지는 거대한 네러티브와, 복음의 총체적 이야기 자체에 집중한다. 그리고 그 안에서 ‘속죄’란 개념이 어디에 자리하고 있는지를 밝혀낸다.

먼저 그는 구약에서 신약으로 넘어오는 거대한 개념 중의 하나인 ‘새 언약’을 예레미야와 에스겔에서 발견한다. (물론 신명기에도 그 단초가 있다.) 그리고 그 ‘새 언약’이라는 거대한 개념이 신약 전반에 걸쳐서 어떻게 성취되고 해석되었는지를 충분히 다룬다. 그리고 그 중추에 바로 예수의 ‘속죄’가 자리 잡고 있음을 밝혀낸다. 그리고 이런 논의는 바울 신학의 삼중구도라고 할 수 있는 ‘믿음’, ‘소망’, ‘사랑’의 차원으로 이어진다.

마이클 고먼의 논지는 단순하다. ‘믿음’, ‘소망’, ‘사랑’은 단순히 바울신학만의 개념이 아니라 신약 전반에 걸쳐진 거대한 복음이야기의 구성요소라는 사실을 밝혀낸다. 그리고 그 이야기의 핵심 속에 ‘속죄’가 자리하고 있으며, 이는 단순히 하나님의 행하심뿐만이 아니라, 교회와 각 성도들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며 해설한다. 이를테면 ‘믿음(신실함)’은 ‘속죄’를 통해서 나타난 예수의 (하나님께 대한) 신실함이며, 이는 교회 공동체와 각 성도들의 하나님을 향한 신실함과 (더불어 나타나야 할) 성도들을 향한 사랑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것이 그의 논지다.

사실 무엇보다도 큰 감명을 받은 부분은 바로 소망(평화)를 다루는 파트이다. 일반적으로 기독교 가르침 속에서 평화는 잘 다뤄지지 않거나 혹은 하나님과 나 사이에 이뤄지는 개인적인 영역에서만 조금 다뤄진다. 하지만 따지고 보면 평화는 구약이 담고 있는 ‘샬롬’의 비전이며, 그것이 예수의 속죄 안에서 성취되었고, 더 나아가 교회 공동체와 구성원들의 지향점으로 기능하고 있다는 고먼의 논지는 (따져보면 당연한 것이지만) 참으로 신선한 해설이었다. (그래서인지 두 챕터에 걸쳐서 다루고 있다.)

마지막으로 고먼은 이런 속죄라는 키워드를 통해서 살펴본 복음의 지향성이 다름 아닌 ‘영성’에 있음을 주지시키면서 자신의 논지를 매듭짓는다. 물론 여기서 말하는 고먼의 영성은 내세지향적이고, 도피주의적이며 자기도취적인 영성이 아닌, 현실참여적이고, 선교적이며, 더 나아가 정치적 실체로 현현되는 ‘영성’이다. 무엇보다도 ‘샬롬(평화)’의 비전을 예수의 속죄 안에서 본 사람은 (그리고 그것을 목격한 교회 공동체는) 정치적 실체로 그 평화 구현을 지향해야 한다는 그의 논지는 참으로 단호하기까지 하다.

정리하자면 본 책은 ‘속죄’만을 다루는 책이 아니다. ‘속죄’라는 키워드를 통해 ‘복음’ 이야기 전체를 다루고 있다. 여태껏 우리의 오해처럼 속죄는 그 자체로 복음이지 않다. 오히려 복음이라는 거대한 이야기 속에 아주 중추적인 위치에 ‘속죄’가 자리하고 있다. 우리에게 속죄가 오해되어 온 이유는, 그리고 무시되고 경시되어 온 이유는 바로 ‘복음’이라는 거대한 이야기에 대한 인식이 없이 단편적으로 ‘속죄’를 (형벌만족설, 배상만족설, 도덕적 감화설 등등으로) 이해했고, 더 나아가서 그 자체를 복음으로 이해했기 때문이다. (이전의 접근 방식이 아닌) 거대한 복음 이야기 안에서 ‘속죄’를 다루고 있는 본 책을 통해서 많은 그리스도인들이 ‘속죄’를 다시 한 번 생각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덧. 본 책은 ('속죄'라는 키워드 자체를 떠나서) 곁에 성경을 두고 함께 참조하면서 읽는 그 자체로 성경 전체을 읽는 시야를 넓힐 수 있는 책이다. 특별히 저자는 곳곳에 본인이 발견한 구약과 신약 사이의 Intertextuality의 단서들을 도표로, 목록으로 정리해놓았다. 이를 잘 기억해두고 살펴보며, 고먼이 읽어냈던 신구약 사이의 논지를 읽어낸다면 성경 자체를 보는 시야 자체가 달라질 것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