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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순절 #1]확인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눅 4:1-12) 저는 28살에 신학을 시작했습니다. 친구들 대다수가 군대를 다녀오고, 어학연수도 다녀오고, 학교를 졸업하고, 탄탄한 기업에 취직해서 정착할 무렵이었습니다. 더군다나 대학교 3학년부터 시작했습니다. 5년 후에야 졸업할 수 있었습니다. 목사가 되기까지는 8년이나 걸렸습니다. 신학공부를 잘 할 수 있을까, 목회를 잘 할 수 있을까 여러 고민도 많았습니다. 신학을 시작하기 전에 참 고민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그냥 도전했습니다. 신학을 시작하고 난 이후로 저의 삶은 생각보다 잘 풀렸습니다. 글쓰기와 책읽기라는 목사가 기본적으로 가져야 할 능력에 대해 좋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말하기, 특별히 설교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학교에서, 또 제가 글을 기고했던 인터넷언론이나 SNS에서, 또 교회에서.. 2022. 3. 6.
[창세기 강해 #5] 믿음의 모험, 사랑의 모험(창 22:1-14) 어제 지현 자매의 결혼식을 지켜보면서 아내와 으로 시작하게 되었던 그 날의 추억이 떠올랐습니다. 그저 처음에는 대화가 좀 통하는 선배와 후배 사이었습니다. 아니 5-6년째 그런 사이로 유지되어 왔습니다. 만나서 대화를 하다가 서로는 서로가 각자 에 가깝다고 말했습니다. 이유는 무엇이었을까요? 저는 그때 당시 (30살이었는데) 수많은 연애에 지쳐있었습니다. 시간이 조금만 지나면 사랑이 식는 연애, 의무감에 지친 데이트, 무엇보다도 혼자서 살기에도 벅찬 삶에 이란 무척 버거워보였습니다. 하지만 그런 저에게, 또 그런 저와 크게 다르지 않았던 아내에게, 이라는 이유를 알 수 없는 화학물질이 솟구치기 시작했습니다. 덕분에 우리는 그 날 연인으로 시작할 수 있었고, 당시에는 신대원생이자 전도사였고 대학병원 간호사.. 2022. 2. 13.
[마가복음 강해] 잘 듣고 잘 말하는 아름다운 삶을 위하여(막 7:31-37) 여러분은 대통령 선거에 관심이 많으신가요? 벌써 대통령 선거가 한 달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온통 언론이 시끄럽고 사람들만 만나면 은연 중에 대통령 선거에 대한 이야기를 하게 됩니다. 저는 얼마 전에 대통령에 관한 어떤 책을 읽었습니다. 초대 대통령인 이승만 대통령에서부터, 현재 대통령인 문재인 대통령까지 본인이 겪은 바와 들은 바를 종합해서 이 되려면 해야 하는 일에 대한 통찰을 담은 좋은 책이었습니다. 책에서 말하는 좋은 대통령은 이 잘되는 대통령이었습니다. 세상을 바라보는 좋은 말들을 입력이 잘되는 대통령이 좋은 대통령이라 말합니다. 더 나아가 책에서 말하는 좋은 대통령은 이 잘되는 대통령이었습니다. 올바른 판단을 바탕으로 좋은 정책적 결정을 하는 대통령이 좋은 대통령이라 말합니다. 하지만 책의 내용.. 2022. 2. 13.
[창세기 강해 #4] 여호와의 도를 지켜 의와 공도를 행해가는 법(창 18:18-19, 22-33) 저는 21살에 소명을 받았습니다. 당시에는 잘 몰랐습니다. 소명이 무엇이며, 신학이 무엇이며, 목회가 무엇인지 잘 몰랐습니다. 그저 을 한다는 정도로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흥미롭게도 제가 당시에 는 이유 때문에, (아마도) 하나님께서는 저의 신학교 진학시기를 28살로 늦추셨던 것 같습니다. 신학교에 가야겠다는 결심을 한 이후 7년이나 신학교를 가지 못하고 주변을 맴돌며 저는 많은 질문이 생겨나기 시작했습니다. 구원은 내가 믿어서 받는 것인지 하나님께서 믿게 해주셔서 받는 것인지 궁금했습니다. 십자가의 속죄가 무엇인지 궁금했습니다. 성령이 무엇인지 죄를 이기는 것이 무엇인지 하나님의 백성답게 사는 것이 무엇인지 궁금했습니다. 아마도 제가 21살에 신학교에 진학했더라면 를 중심으로 수업을 들었을 것 같습니다.. 2022. 2. 6.
예수는 변두리에서 태어났다. 예수의 탄생에 관한 이야기는 선명하지 않다. 대다수의 학자가 첫 번째 복음서라고 추정하는 마가복음은 예수의 탄생을 다루지 않는다. 예수의 탄생도, 유아기도, 청소년기 혹은 청년기의 사건들도 크게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마가복음이 처음으로 소개하는 예수의 모습은 공생애 직전의 예수다. 그가 어떤 환경을 겪으며 어떤 생각 속에서 자라났는지 침묵한다. 마가복음은 인간 예수를 소개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지 않다. 단지 예수의 몇몇 모습을 통해 그가 하나님이심을 드러내는데 목적을 갖고 있다. 마태복음은 이런 마가복음의 침묵과 다소 대비된다. 그가 소개하는 첫 장면은 예수의 족보다. 아브라함과 다윗의 뿌리에서 온 예수를 소개하는 족보를 통해 예수에 대한 기본 이미지를 구축한다. 그는 믿음의 조상 아브라함과 유사한.. 2022. 1. 31.
직접, 배워보십시오. (요 2:1-11) 1 사흘째 되던 날 갈릴리 가나에 혼례가 있어 예수의 어머니도 거기 계시고 2 예수와 그 제자들도 혼례에 청함을 받았더니 3 포도주가 떨어진지라 예수의 어머니가 예수에게 이르되 저들에게 포도주가 없다 하니 4 예수께서 이르시되 여자여 나와 무슨 상관이 있나이까 내 때가 아직 이르지 아니하였나이다 5 그의 어머니가 하인들에게 이르되 너희에게 무슨 말씀을 하시든지 그대로 하라 하니라 6 거기에 유대인의 정결 예식을 따라 두세 통 드는 돌항아리 여섯이 놓였는지라 7 예수께서 그들에게 이르시되 항아리에 물을 채우라 하신즉 아귀까지 채우니 8 이제는 떠서 연회장에게 갖다 주라 하시매 갖다 주었더니 9 연회장은 물로 된 포도주를 맛보고도 어디서 났는지 알지 못하되 물 떠온 하인들은 알더라 연회장이 신랑을 불러 10.. 2022. 1. 26.
창세기 1장의 창조이야기 : 이제 우리의 차례다. 창세기 1장에는 하나님의 천지창조의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하늘과 땅과 이 세계에 모든 속한 것을 지으신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에서 볼 때에 간혹 놓치는 것이 있습니다. 이를 오늘 살펴보고자 합니다. 먼저 본문을 들여다보겠습니다. 1장 2절은 창조 직전의 광경을 묘사합니다. 땅이 혼돈하고 공허합니다. 질서가 잡혀있지 않으며 텅 비어있다는 말입니다. 흑암이 깊음 위에 존재합니다. 하나님의 영은 물 위에 계십니다. 전체적인 광경은 황폐한 모습입니다. 철저히 무너지고 폐해가 된 모습입니다. 오늘날 에서 천지창조를 생각할 때에는 아무것도 없는 텅 빈 공간에서, 하나님이 마치 마술사처럼 나타나셔서 이것저것을 새롭게 지으셨다고 상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1장 2절을 들여다보십시오. 하나님의 천지창조.. 2022. 1. 23.
마태복음의 종말론 마태복음 21장의 예수님의 예루살렘 입성 이야기는 크게 두 가지의 주제를 담고 있습니다. 하나는 성전에 강림하신 여호와 하나님의 이야기입니다. 또 다른 하나는 여호와 하나님을 알아보지 못한 이스라엘의 이야기입니다. 이는 결국 하나님께서 ‘촛대’를 옮기시는 이야기로 귀결됩니다. 기존의 백성 공동체인 이스라엘은 이 일로 버림받게 되고, 여기서 ‘남은 자’들이 모인 교회가 진정 하나님의 백성으로 인정받게 된다는 주제를 담고 있습니다. 시작부터 ‘나귀와 나귀새끼’를 함께 끌고 와서 예수께서 타고 입성하시는 장면은 크게 두 가지의 구약본문을 반향합니다. 겸손한 왕이 도착하실 것이라는 스가랴 9장의 본문과, 유다 지파의 메시야 등장을 암시하는 창세기 49장의 본문입니다. 이는 기본적으로는 약속된 유대지파의 메시야가.. 2022. 1. 21.
[서평]이미와 아직 그 사이 어디엔가 하나님 나라. 한때 가슴 뛰던 주제였다. 신약성경의 핵심은 결국 하나님 나라라면서 모든 설교를 하나님 나라로 귀결시켰던 때도 있었다. 하지만 곧잘 시들해졌다. 성경을 읽고 공부할수록 내가 외치던 나라는 하나님 나라가 아닌 내 나라였다는 사실을 자각했기 때문이다. 언젠가부터 하나님 나라보다는 하나님 통치라는 단어를 쓰곤 했다. 좀 더 역동적이고 좀 더 혁명적이며 좀 더 간헐적인 하나님 나라의 특성을 잘 표현할 수 있는 대체어가 아닐까 생각했다. “회개하라! 하나님 통치가 가까웠느니라!“ 조엘 B. 그린은 종말론에 매몰되어 있어 비웃음이 되는 부류들을 언급하며 글을 시작한다. 적어도 그들의 태도만큼은 오늘날 그리스도인들이 잃어버린 태도가 아닐까 의문을 제기하면서. 그리고는 하나님 나라에 대한 보수적/진보적 .. 2022. 1. 21.
[서평]권력을 선용할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 앤디 크라우치, 김명윤 역, IVP. 20대 후반 처음 전도사가 되었던 날이 떠오릅니다. 연세가 일흔도 넘은 은퇴권사님께서 저에게 허리를 숙이며 말씀하셨습니다. “우리 손자 잘 부탁합니다, 전도사님.” 아직 사역을 시작하기도 전에 받은 예의 넘치는 어르신의 인사는 가 가진 에 대해 새삼 고민하게 만들었습니다. 지난날동안 다수 목회자의 권력에 분노하고 비판했지만, 이제는 저 또한 그들과 유사한 권력을 가지기 시작했다는 사실을 그때 비로소 알게되었습니다. 우리는 이라는 단어를 생각할 때에 무척 비범하고 특별한 사람들만의 전유물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새삼 생각해보면 목사인 저 또한 을 지니고 있고, 대부분의 직장인들은 각자 직장 내의 위계 안에서 을 가지고 있으며, 가정 안에서도 부모라는 이.. 2022. 1. 19.
[서평]성서 텍스트의 민낯으로 당신을 초대합니다. , 필리스 트리블, 김지호 역, 도서출판100 필리스 트리블의 는 성서를 해설해주는 책인 동시에 페미니즘의 시각을 보여주는 (무려 1984년에 출간된) 책입니다. 오늘날처럼 반-페미니즘 광풍이 떠들썩한 시점에 은 너무 고루해보일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본 책은 1984년 한창 여성인권신장이 필요한 시기에 기록되었던 옛날 페미니스트들의 성서읽기 책처럼 치부될 가능성도 다분합니다. 하지만 본 책은 책 제목 그대로 가 담고 있는 를 차근차근 해설하며 펼쳐보여주는 책입니다. 특별히 저는 네 개의 챕터 중에서 을 다룬 첫 번째 챕터를 읽었습니다. 저자는 에 근거해 성서 텍스트를 해설하고 의 메시지를 뽑아내는 방식을 취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텍스트 자체가 가지고 있는 을 직면하는 여정 속으로 독자들을 초청합니다. .. 2022. 1. 19.
바울은 행위구원을 반대한 적이 없습니다. 바울은 행위구원을 반대한 적이 없습니다. 루터의 바울해석에 근거하여 종교개혁 이후 개신교 진영은 갈라디아서와 로마서를 고 읽어왔습니다. 복음서에 등장하는 바리새인에 대한 예수님의 비판도 동일하게 고 읽어왔습니다. 자연스럽게 바리새인들과 갈라디아서에 나오는 거짓교사들의 정체는 고 주장하는 이들이며, 예수님의 복음 메시지의 핵심은 라고 생각했습니다. 흔히 강단에서 외치는 의 뜻이 바로 그러한 내용입니다. 숭실대의 권연경 교수는 이 문제를 갖고 이렇게 정리한 기억이 납니다. “만약 누군가가 행함으로만 구원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고 율법의 준칙들을 지키기 위해 아등바등 살았다면 그 삶은 얼마나 아름다울까?” 한 번 상상을 해보십시오. 내 앞에 있는 이를 실제 용서하지 못하면 구원받지 못한다고 생각하거나, 이웃.. 2021. 10. 16.